전태일 애니메이션 만든 심재명 "51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유효"

Drama&Film / 오보람 / 2021-10-28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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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10년 만에 '태일이' 제작…"함께 사는 삶 생각하는 계기 되길"
▲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명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중 한 장면 [명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태일 애니메이션 만든 심재명 "51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유효"

구상 10년 만에 '태일이' 제작…"함께 사는 삶 생각하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이렇게 외치며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끼얹고 불을 붙였다. 바로 그날 밤 어머니에게 자신이 못다 한 일을 대신 이뤄달라고 당부한 뒤 눈을 감았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전태일 열사가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산화한 지 51년 만에 그의 생을 담은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나온다. '맵:프롤로그', '바람을 가르는' 등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홍준표 감독이 연출했다.

오는 12월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만화가 최호철의 5권짜리 동명 만화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 열사의 일터였던 평화시장을 배경으로 자본의 착취에 맞서 싸우는 전 열사와 동료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다.

제작사 명필름은 구상한 지 약 10년, 실제 제작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영화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 열사가 돌아가신 지 5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특히 지금 20·30세대의 삶이 고단하잖아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지만, 반드시 바뀌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노동 환경 그리고 삶에 대해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혹은 새로운 근로 형태가 야기한 노동법 사각지대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위험의 외주화'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와 이선호씨,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 이우석씨 등에 대한 얘기다.

심 대표와 명필름의 '태일이' 제작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았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으로도 턱없이 부족했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서 약 1만 명이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영화 <태일이> 1970인 제작위원'과 시민사회 서포터즈들도 힘을 보탰다.

심 대표는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고 우리가 처한 환경과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전 열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목소리 연기를 한 장동윤(전태일), 염혜란(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 진선규(전태일 아버지), 권해효(재단사 신씨), 박철민(한미사 사장) 등 배우진은 거의 재능 기부를 하다시피 작업에 참여했다.

"'태일이' 제작비가 총 31억 원 정도 들었는데 배우 게런티는 아주 적었어요. 제작 과정이 어렵다는 것도 이해해주시고 수년 전부터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죠. 녹음도 여러 차례 진행했고요. 실사 영화에 출연하시는 이런 훌륭한 배우들이 영화가 만들어지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애니메이션이어야 했을까. 거대 투자배급사들은 흥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그 배경에는 심 대표의 '뚝심'이 있었다. 명필름은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관객인 22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심 대표는 "이 영화가 성공한 뒤 꾸준히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예요. 그런데 실사 영화와 비교해 애니메이션은 만들어지는 편 수도 적고 성공하는 건 더 드물죠.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계속 나오기를 바랍니다."

실사 영화로 만들 경우 1970년대 평화시장을 재현하는 데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전 세대에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장르의 특성도 '태일이' 애니메이션이 탄생하는 데 한몫했다.

"10대 2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객들도 영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단순히 과거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삶을 재현한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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